2008. 10. 13. 23:57

St.Wolfgang, Postalm

12시가 넘어 장을 보러 나가자. 점심은 먹어야 할 거 아냐~
SPAR에 가서 장을 봐다가 점심을 해먹자. 오~ 모짜르트 쵸코렛 싸고 좋은뎅~
역시 기념품은 마트에서 사는게 최고다.
간만에 감자 양파도 사서 사람 음식 다운 요리 좀 해먹자~
정말 두 동양인 또 잔득 사다 짱밖힐려나 보다 하겠당.. 키키 민망..

"아~ 날씨가 너무 예쁘다~ 다시 여름이 오려나~ 오늘 동굴 갈걸 그랬나?"
채티가 호수를 바라보며 또 연신 감탄을 한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고 멋지긴 하다. Wolfgangsee...

필리핀에서 산 여름 운동화를 비오는 더블린에서 내내 못신고 갖고만 있다가
여기 오기전 서울 보냈더니 막상 여기서 생각난다. 이렇게 날씨 좋을 때 신어주면 딱 좋을텐데... 이제사 아쉽다...
지금 신발이 너무 불편해서 자꾸 편한 신이 생각나니까... ㅠㅠ

어제는 소금 광산 간다고 무리(ㅠㅠ) 좀 했으니 오늘은 살짜쿵 동네 한바퀴 돌아볼까나...?
처음 유럽 여행 나왔을 때 가장 사랑했던 마을 중의 하나인 장크트 볼프강(St.Wolfgang)을 다녀와 보자.
볼프강 주교가 산 꼭대기에서 도끼를 뒤로 던진 곳에 생겼났다는 마을의 전설이 아직도 생생한데 마을은 그대로 일까 궁금하다^^

주차장에 주차하고보니 단풍으로 물든 산 앞이다.


호숫가로 내려가보니 호숫가 앞 벤치에 노 부부가 호수를 바라보고 앉아 계시다.
문득 할머니가 할아버지 어깨에 머리를 살포시 기대시는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우리도 저렇게...'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내려온 길 왼편으로도 예쁜 산책로가 있다.

오른편 건물 벽에는 볼프강 동네의 지도가 간략히 붙어있다.
현재 있는 위치가 마을 거의 오른편 끝이다. 그래봤자 조그만 동네이니 뭐. 

마을 안으로 들어가니 골목골목이 전형적인 이런 동네들의 골목이다~

한국 여행 패키지 상품에서 여기에 오나보다.
마을 선착장에 단체가 우루루 내리는 데, 한국 사람들 소리가 난다.
참.. 신기하기도 하다... 저렇게 아무 집중안해도 은연중에 들리는 한국말... 난 한국사람이 맞다.. 히히
언제 영어도 무집중에 들릴까나... 먼저 집중에라도 들을 수 있는게 우선이구나.. 키키
그나저나 이분들, 동네 떠나가게 너무 크게 대화하신다 -.-

담쟁이 덩쿨같은 넘들도 예쁘게 물들었다. 10월은 10월인가 보다.

저기 멀리 우리가 왔던 성당이 보인다.
이 마을이 너무나 마음에 남아서 예전에 회사에서 홈페이지 만드는 데 사진을 썼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나는 채티보다도 더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이렇게 예쁜 마을을 처음 본지라 너무너무 감격했더랬는데,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게 설레거나 흥분되지는 않지만
그 좋아했던 마을 근처 숙소에서 1주일을 넘게 있구나 싶으니 또 다른 감동이 밀려 온다.
또 오자고, 좀 더 오래 머물렀으면 했던 소원이 이루어진 셈이니까...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기도 응답으로 이끄시는 주님의 은혜가 아닐 수 없다.
부족한 신앙생활이 조금은 부끄럽지만...
늘 상상 이상의 풍족한 은혜는 차고 넘친다... 하나님 감사해요~~~

2002년엔 건물만 찍고 지났쳤던 이 마을 중심 성당 안으로 들어가보자.
성당으로 가는 골목엔 여전히 발길을 잡는 소품파는 가게들이 즐비하고 골목골목 집집마다 꽃들로 장식이 풍성하다.

Wallfahrtskirche로 들어섰다. 역시나 자그마한 마을의 자그마한 성당은 어둡고 조용한 느낌이다.
의자에 앉아 기도를 드리고, 잠시 쉬고 있는데 갑자기 앞 제단에 불이 켜진다.
노란 조명이 들어오자 화려한 제단에 숨을 쉴 수가 없다.
앞 쪽에 노인 분들이 몇 몇 앉아 계신데 특별한 관광객들이 오셔서 잠시 불을 켜준건가?
유명한 제단이다 보니 궁금한 마음에 우리도 앞쪽으로 갔다.
화려하고 정교한 조각은 빛을 받으니 살아날 듯 아름답다.

14,5세기에 지어진 이 성당은 미카엘 파처(Michael Pacher)가 만든 매우 정교한 이 제단으로 유명하다.
원래는 좌우 날개 부분이 매우 중요해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항상 닫아두었었단다.
그러나 이젠 부활절 전 사순절 기간외에는 항상 열어 두어 모두가 볼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들여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어두워진다. 알고보니 이 성당은 별도의 입장료 없이 기부금으로 운영되는데,
대신 제단 오른편쪽에 있는 곳에 동전을 넣으면 조명이 켜지는 방식으로 되어 있었다 -.-
우리도 50센트짜리 하나 넣었다~ 이때를 놓치지 않는 사진을 찍는 분들을 따라 우리도 몇장 사진을 찍어보자.

중간에 보호막으로 쳐진 제단이 바로 볼프강 주교가 팔켄슈타인(Falkenstein) 언덕에서 던진 도끼가 떨어진 곳으로
그 당시 새로 꾸민 곳이라 하는데 잘 볼 수가 없어 아쉽다....
뒷쪽의 의자는 나무 결이 살아 있어 손때가 느껴진다.
난 이런 자연스런 느낌이 좋더라...

성당을 나와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본다.
예전에 느낀 예쁜 모습 그대로다.

성당 뒷편에는 호텔, 레스토랑 등의 안내판이 붙어있다. 관광지답다.

마을 내 중심거리. 책자 안내에 따라 인포를 찾으러 갔는데 보이질 않는다.
그 와중에도 여기저기서 커다란 한국 아줌마들의 목소리가 계속 울려퍼진다 -.-

예쁜 기념품. 동네와 하등 상관이 없는 거지만 그래도 사고 싶은 마음이 들게 잘도 만든다.

볼프강 호수변 마을들이 나와 있다. 이 지도는 성지순례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다.
주황색 실선으로 표시된 경로가 순례자의 길(Der Weg Der Wallfahrer) 코스다.
왼쪽의 Furberg에서 시작해서 성 볼프강 주교가 도끼를 던진 Falkenstein 언덕 등을 거쳐 여기 장크트 볼프강까지 이르는 코스다.

우리는 뭐... 그냥 차로 돌아가는 코스를 선택한다^^

마을을 나오고 보니 왠지 서운해 차가 갈 수 있는 만큼 산을 올라가보기로 한다.
마침 인포를 찾아 지도를 받고 보니 거기서 부터 산 위로 길이 나져있다.

여기 소는 털이 복실복실한게 양처럼 귀엽기도 하다~

사람들은 거의 없는 길들을 거쳐,

아~ 공기좋고 바람좋고 햇살 좋아라 하고 있는데 막다른 길이다.
지도상의 길에 차도와 인도 구분이 잘 안나와있던 것이다.
다시 차를 돌려 옆길로 가니 완전 좁은 길에서 트럭만나고... 착한 아저씨 양보도 해주신다.
갑자기 내리 꽂는 좁다란 내리막길에 기암하고 보니 또 막다른 길.. 키키
왔던길로 돌아나오며 위에서 다시 한 번 마을을 내려다 본다.

지도에 산으로 올라가는 열차타는 곳으로 가볼까 차를 돌리니 터널로 밖에 진입이 안된다.
지도와 다른가 하고 보니 차가 갈 수 있게 연결된 길이 터널 뿐이다.
지도에 나온 앞길은 보행자 전용도로였나 보다.
어쨋든 얼결에 오고 보니 열차 타는 곳도 보이고 호수도 가까이서 보인다.
내려서 사진 찍을 만한 장소는 못찾고 마을 끝에 다다랐으니 바로 떠나도록 하자.

다음 목적지는 근처 "Postalm"하는 좋은 드라이브길이 있다고 하니 가보자.
오늘 들리는 두 곳 장크트 볼프강과 포스탈름은 우리 숙소 좌우에 있다.
그러다보니 이동할 때 우리 숙소 앞을 지나친다~ 숙소 표지가 보이는데 그냥 지나치니 이거 참 묘하다~~~

네비게이션에게 길을 찾으라 하고 가보니 아무래도 여기 마을 들어올 때 돈내고 넘어온 길이다 -.-

그래도 천천히 사진 찍어가며 들어가는데 생소하기 그지 없다.
사실 그때 돈내고 이 길을 타긴 했지만 숙소에 갈 시간이 촉박해서 제대로 볼 시간이 없긴 했다.
어쨌든 단풍이 들어 울긋불긋한 계곡길 옆으로는 옥색 빛을 띄는 깨끗한 물이 흐르고 강원도에 온거 같다.
올해는 단풍구경을 한국이 아닌 오스트리아에서 실컷 하는구나...

가을에 유럽에 꽤 왔다고 생각했는데 단풍든 풍경은 정말로 생소하다.
이래서 멋진 곳들은 4계절 다 다녀보고 1년 이상 살아봐야 하는걸까?
눈덥힌 겨울도 보고잡다... 흐흐
돈을 내는 곳이 나와서 차를 돌리고 사진을 찍으며 내려오다보니 이 곳이 지나온 그 곳이 확실히 맞다.. 히히

아... 정말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