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0. 14. 22:50

얼음동굴과 다섯손가락(5Fingers) 전망대

오늘은 우리가 케이블카로 올라가본 산 가운데 가장 높은 산에 가는 날이다.
숙소 근처 오버트라운(Obertraun)이란 마을에는 다흐슈타인 얼음동굴(Dachstein Welterbe)이란 곳이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며, 한 번 더 타고 올라가면 해발 2109m까지 가게 되고,
여기서는 잘즈카머구트(Salzkammergut) 지역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는 5Fingers라는 아찔한 전망대가 있단다.
출발~

케이블카 모형이 놓인 입구를 지나 올라가, 주차장에 차를 대니 이 곳부터도 가을의 전경이 펼쳐진다.


얼음동굴 안내 표지판이 나오기 시작한다.

케이블카 매표소앞에 도착하니 거대한 산자락으로 케이블카 줄이 보이고 단풍으로 물든 산 중간 중간 구름이 걸려 있다.

정말 완벽한 가을이다.

케이블카 두 번 타고 얼음동굴까지 구경하는 표를 샀다.
가격은 무려 31.6유로! 무지 비싸다 ㅠㅠ
여기엔 동굴이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얼음동굴, 또 하나는 맘모쓰동굴(Mammuthoehle).
물론 두 개 다 보면 더 비싸다.

휴게소에서 1유로짜리 커피를 하나 빼들고 케이블카를 타고 보니 2~30명도 태울 수 있게 크다.
하지만 손님은 커플 2, 모두 4명... 비수기라 참 좋다.. 키키

이 높은 산에 편히 올라갈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케이블카는 탈때마다 신기하기도 하다. 
이 무게의 차를 줄하나 연결해서 매달린것도 아슬하고 신통방통하다.

도착해보니 단풍과 돌산 천지다.
근데 중요한 건 여기가 종착지가 아니란 점이다 -.-

얼음 동굴 관람도 소금광산처럼 가이드 투어로만 가능한데 "4번 그룹"에 배정받은 우리는 2시까지 15분 걸린다는 동굴앞에 올라가야 한다.
아고.. 저 높은 곳을 어찌 갈고... 벌써부터 걱정이네... 시큼시큼 내 발목이야...
아래 애들이 제법 따라오는데 웬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동굴앞에 도착하니 할슈타트 호수(Halstatt See)가 내려다 보인다.

동굴앞에는 여자분 한 분이 기다리시고 아직 3번 투어중이라도 표시가 나온다.
우리 뒤로 할머니 두 분과 할아버지 한 분이 더 올라오시고 이렇게 조촐하게 투어가 진행되려나보다 좋아하는 순간,
밑에서 떠들던 꼬마 20여명이 올라온다... 앗! 우리 모두 한 팀이당... 은근 걱정된다.

뚱뚱한 가이드 아저씨는 소금광산 친절한 아줌마 가이드와는 달리 우리는 처다보지도 않고 독일어로만 연신 설명을 해댄다.
웬지 불안한 마음을 안고 어쨌든 동굴안으로 출발.

사실 입구에서 헬로우 하고 내가 인사를 한 때도 독일어로만 대답을 하길래 이상타 했다. 이런.. 영어 못하시나보다...
두번째 설명하실 때, 채티가 영어로 조금이라도 설명을 해달라고 하자, 대뜸 책을 내민다. 이거 보라는 거지.ㅋㅋ
영어 가이드북이다. -.-

처음 시작은 얼음이 없는 부분이다.

작년에 갔던 얼음동굴과는 달리 얼음 작품이 많지는 않지만, 조명이 잘 되어 있고 동굴내부도 멋지다.
가이드가 설명할 때 조명을 켜고, 다음 부분으로 이동할 때 끄는 방식이다.
작년에 갔던 곳은 전등도 아닌 가스등 같은 걸 들고 다니느라 사진찍기도 힘들고 바람만 불면 불이 꺼져 힘들었는데...
이번엔 사진 좀 건지겠다..고 희망해본다. 히히
좌우로 얼음 천지인 계단을 올라오고,

기막힌 얼음 기둥들도 있고,

코끼리 모양의 얼음이라는데...

반대편에서 보니 그런거 같기도 하다.

이쪽 지역은 바닥 전체가 얼음이다.

또 계단을 올라가고...

얼음 층이 보이는 걸 보면 정말 오랜 시간동안 쌓여 만들어진 것 같다.

마지막엔 엄청난 규모의 얼음이 나오는데, 한 편에선 녹은 물이 폭포처럼 쏟아진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는 깊이감이 상당하다.

시끄럽던 아이들은 신기하게도 가이드의 설명에는 쥐죽은듯이 고요하게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이 꼬마들 궁금한것도 많다.
다끝나고 독일어를 못알아듣는 우리는 그만 나가고 싶은데, 막판에 질문받느라 문앞에서 나가질 못한다.
어쨌든 제대로 교육 받은 듯한 밝은 아이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두번째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서는 다시 얼음 동굴로 올라온 길을 내려가야 한다.
이 꼬불 가파른 길을 내려왔구나 생각하니 나름 대견하다.
헌데, 내리막길은 너무나 가파라서 멈쳐지질 않는다. 본의아니게 뛰고 있구나야.. 헥...

뛰는 와중에 보이는 단풍나무도 예쁘긴 하다^^

케이블카 승강장까지 내려오니 이상한 모형이 있고, 그 안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참 별 시설을 다 만들어두었다 생각이 든다~

그런데 두번째 케이블카를 타고 위를 올려다보니 산위는 커녕 한치 앞도 안보인다.. ㅠㅠ
올라가도 구름 속에 있으면 아무것도 못보고 올라간 이유가 없게 생겼다.. 이런이런...

드디어 해발 2109m 꼭대기 크리펜슈타인(Krippenstein)에 도착했다.
이렇게 높은 곳까지 케이블카를 설치한 걸 자랑이라도 하듯이 사용된 케이블을 전시해 놓았다.
한라산 정상보다 높은 곳까지 저 줄에 매달린 케이블카로 올라갈 수 있다니 대단하긴 대단하다.

나오며 직원에게 물어보니 운 좋게도 5Fingers 쪽은 날씨가 화창하단다~
그 말을 믿고 빨리 가보자.

처음에 나왔을 때는 우리한테 뻥친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정상에도 안개가 많이 끼어있었다.

그런데 조금 반대편쪽으로 가보니 완전 딴 세상이다.. 키키
화창해서 쨍하고 안개 한 점 없다.. 더워~
와~ 이렇게까지 다른거구나 싶다..

전망대로 가는 길엔 조그마한 교회가 있다.
웬지 고성 통일전망대에 갔을 때 저런 비슷한 위치에 있던 교회가 생각난다.

길가 곳곳엔 만년설이 보이고(이젠 눈을 봐도 심심하다.. ㅋㅋ) 스키 리프트와 슬로프도 보인다.
정말 이런 곳에서까지 스키를 타는걸까? 그렇다면 정말 징한 것들이다...
케이블카를 타도 이렇게 오래 걸리는 이 가파른 길을 어찌 스키를 탈 수 있을까... 보고도 믿어지지가 않는다.

우선 함께 케이블카를 타고 온 일행분들을 따라 5Fingers로 가보자.
하지만 쉽게 보이지 않는 5Fingers..

근 20여분 걸려 걸어가니 드디어 나타났다.
어쩐지 아무리 높아도 밑에서 안보이더라니.. 후훗..

당도해서보니 생각했던 것 보다는 규모가 자그마하다..
노르웨이에서 보았던 투명 전망대를 생각하고 그런 것이 5개나 있으려나 했던 기대와는 달리,
각각 손가락의 폭은 한 두 사람 이 설 수 있는 정도이다.
그래도 어쨌든 장관이다. 이 높이에 이런 걸 만들어서 모두가 보러 오게 하구나 싶다.

제일 왼쪽엔 액자틀을 만들어놨고, 두번째 손가락은 바닥이 유리라서 공중에 떠있는 느낌을 갖게 한다.
마지막 손가락엔 망원경이 있는데 동전 넣는거 아니다^^

이렇게 사진찍기도 한다. 끝에 서면 정말 아찔하다^^

이 틀 뒤로 가서 손톱(^^)부분에 서서 사진찍으면 액자속에 들어간 사진처럼 된다~

여기서 내려다보는 할슈타트 호수의 모습.
하늘이 쨍하지 않아서 사진도 쨍하지 않은데, 실제로 볼 때는 정말 아름다웠다.

구경한 번 잘하고 근처 교회도 들리고 다시 케이블카로 돌아가려고 보니 산이 온통 구름에 휩싸인다.
아.. 앞이 안보여.. 어떻게 돌아가지? 걱정하다보니 타이밍 절묘하다.
지금 오는 사람들 전망 하나도 볼 수 없으니 불쌍하기도 하다.
근데 나 왜 기분 좋은지 모르겠다.. 키키

마을을 나오는 길엔 떨어지는 낙엽과  물든 산새, 호수의 절경으로 감탄이 절로 나온다.
너무나도 예쁜 가을 풍경에 지금 이 곳에 있음에 감사하다.

오늘 관광의 마지막으로 생강 빵(Ginger Bread)를 사러 떠나보자.
바로 옆 동네 바트 아우스제(Bad Aussee)로 가는 길은 공사때문인지 막혀져 있고, 강건너 마을로 가고자 하니 은근히 멀다.
호수도 넘고 산도 넘고 구비구비 근 1시간도 넘게 가나보다... 휴...

나름 힘든 하루 일정에 지친 나는 그냥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빵보다 집에가서 스파게티나 스프라도 해먹고 싶다.
내일 숙소도 옮겨야 하고 짐은 언제 싸나 걱정이 밀려온다...

하지만 나의 투덜거림에도 꿋꿋히 참고 차를 몰던 채티는 드디어 Ausseer Lebkuchen을 발견했다.
이렇게 멀리까지 빵사러 오다니 정말 빵돌이다!

와~ 레스토랑과 카페도 있고, 그 곳에서 빵을 사먹을수도 있고 사올 수도 있고 만드는 과정도 볼 수 있단다.
이게 400년 전통이라는 거지... 그래서 왔다는 거지..

전망이 멋진 이 마을에 예쁘게 지어진 건물처럼 내부도 예쁘다.
카메라 배터리가 깜빡이지만 않는다면 쉴새없이 눌러댈텐데... 후훗... 누가 오지 말쟀지? ㅋㅋ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시식 빵 바구니가 보인다.
냅다쿵 집어 입에 넣는데, 채티가 주인에게 먹어봐도 되냐고 물어본다.
얼른 씹던 행동 멈췄다가 대답듣고 다시 씹기 시작.. 소심.. 키키
어쨌든 이름 그대로 은근히 생강향이 나는 듯 하면서 배고픈 우리에겐 그져 맛나기만 하다.

종류가 많아 무얼 고를까 망설이다가 그냥 한 봉투에 종류별로 넣어진 셋트를 하나 집었다.
유효기간이 길어서 언제까지고 별문제 없겠다 싶어 사기로 했다.
사실 빵돌이 채티가 있는 한 유효기간까지 가기는 무리지 싶지만.. 키키

문득, 한국에서 강원도 일주할 때 안흥찐빵 사먹으러 몇 고개 산을 넘어 갔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빵만 한 상자 사서 다시 그 고개 돌아 넘어왔지..
먹을거에 대한 집념일 수도 있겠으나 나름 추억이 되어주는 구나 싶기도 하다.

빵을 사고 뿌듯한 마음으로 숙소로 가자...
이제 다시 1시간이 넘게 고개를 넘고 산을 넘어야 하지만 올 때처럼 조급함은 하나도 없다.
비상식량이 비축되어서인가보다.. ㅋㅋ

오늘도 이렇게 빡빡한 일정을 다 소화 해 내고 하루 해가 저무는 구나.
그래도 내일 이사로 떠나는 데, 집에 남은 맥주와 소세지는 처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