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yfylke(Stavanger) - Day 2

전망좋은 캠프장의 예쁜 숙소에서 하루종일 뒹굴거릴까 말까 고민하는 우리의 고민을 해결해 주려는 듯 비가 온다.

이번 여행에서 비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닌데, 가끔 이렇게 필요할 때 적당한 비를 만나곤 한다^^


바다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숙소에서 비오는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참 좋다.

아침을 먹고 앉아 있으려니 언제 비가 왔냐는듯 해가 쨍쨍하게 내리찐다.

그리고는 이내 곧 가랑비가 내려 베란다 문을 열어두려고 기대 놓은 의자를 온통 적신다.

또 다시 해가 비추다가 바람이 무지 세차다. 어쨌든 어제밤 일기예보가 적중했다.

Ulvik 할아버지가 말씀 하시던 변덕스러운 날씨를 진짜로 경험해 본다.

정말 희한하군 그래.

 

오전 중에는 다음 목적지인 Oslo의 5층 B&B 숙소로 올라갈 생각에 짐 정리를 해보자.

4일간 있을 숙소에서 당장 필요한 것들만 빼고 큰 가방으로 더 몰아보자.

다시 봐도 우리 짐은 무척이나 많다.

아일랜드에서의 3개월 생활에 대한 준비가 큰 가방으로 하나 가득.

저가 항공 비행기는 추가로 돈을 내도 1인당 최대 32kg까지밖에 안실어준다니 이 짐에 대한 해결점이 필요하다.

 

점심은 맛있는 스파게티.

올리브에 절인 마늘도 다져넣고, 오늘은 특별히 게맛살 국물도 넣어보자.

전자 렌지에 뎁히기만 하는 라자나는 맛이 없다며 다음엔 사지 말잖다.

역시 조금이라도 토키의 손맛이 들어가야 제맛이지.

아일랜드에서는 직접 처음부터 요리를 해보라며 채티가 바람을 잡는다.

잘 먹어주는 채티가 있으니 잘 못하지만 요리할 맛이 난다.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는데(^^v) 얼굴로 햇살이 드리운다.

얼굴을 돌려야 할 정도로 눈이 부시다.

일어나서 동네 마실 나가려니 다시 비가 온다.

진정한 노르웨이 날씨가 이런건가보다.


Pulpit Rock이라는 별명의 Preikestolen에 가보자.
물론 지금 컨디션이나 날씨로는 올라가진 못할테고, 근처까지 가볼 수 있는데까지라도 가볼까 한다.
원래 이 곳 숙소를 채티가 이틀 예약한 이유도, 하루는 프라이케스톨렌에 올라가고 하루는 쉬자는 거였는데... ㅠㅠ

사진만 봐도 오금이 저려오는 높은 절벽과 아찔한 절벽 사이 바위 위에서의 멋진 포즈들.

이 동네 Ryfylke에서 가장 볼만한 관광지라고 스타방거 관련 자료 여기저기 소개 되어진다.
올라가는 곳 주위에 호수도 있는 것 같고, 예쁠 것 같으니 못올라가더라도 가보자.


출발~

가는 길도 예쁘다. 비가 오니 운치도 있고...

하지만 우리는 비오는 날 등산화도 없이 오를 수 없다는 당당한 핑계를 내세우며 산행은 미리 포기를 하고,

비도 추적이고 입구까지만 가보자 왔는데 주차장에선 절벽이 보이질 않는다. 뭐 당연한거겠지만...

어차피 못올라갈거 그냥 유료 주차장 앞에서 마음 편히 차를 돌려 이 동네 예쁜 추천길로 드라이브를 가자.


Velkommen 이라 써졌지만 우리는 Auf Wiedersehn이다~

Jorpeland위로 Leite 가는 길에 산동네 꼬불길이 예쁘다니 한 번 가보자.

캠핑차나 버스에게는 추천되지 않는 가파르고 조그마한 비포장 도로도 많이 나온다.

관광객이라곤 볼 수 없는 조용한 산골 농장 마을에 한적함과 소박함이 사랑스럽다.

또 나타난 길가의 양들에게 "음~메" 인사도 나눠보고 천천히 올라가다 보니,


 어느새 정상에서 리쎄 피요르의 일부가 보인다.

동네 차에게 길을 양보하니 혹시 길을 잃은게 아닌지 도와주시려는 듯 쳐다보고 가신다.
아니면 낯선 이방인의 차가 너무나도 신기하셨던걸지도 모르겠다.
마을 지난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숲속에 들어온 것 같다.

하지만 얼마되지 않아 드라이브길은 끝나고 다시 바닷길로 나온다.

동네에 있는 선사시대 유적지를 찾아가본다. 바닷가 바위위에 글과 그림을 새겨놓은 거란다. Helleristning 이란 표지판이 나온다.

제주도 산굼부리의 입구에 쌓아놓은 돌처럼 1m 정도 밖에 안되는 낮고 동그란 반원형의 돌탑이 보인다.

어제 숙소 오던길에 보았던 거라며 저기가 선사시대의 유적인가 보다며 신이나서 다가가보니 새천년 기념탑이다 ㅠㅠ


이제야 제대로 도착. 도로변에서 바다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거센 바닷바람이 무서워 처음에는 채티만 보냈는데, 보고온 채티가 함께 내려가잔다. 이런 오솔길을 통해 바닷가로 내려간다.

내려가보니 이런 간단한 표지판과 함께 이곳에 대한 설명이 씌여있다.

어떻게 문자도 없던 시절 이렇게 신기하게도 여태까지 그림으로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을까?

바닷가의 커다란 바위 위에 배그림이 새겨져 빨갛게 색칠까지 되어 있다.

이 재미있는 빨간 문양 뿐 아니라 바닷가 전경도 그림같이 멋지다.

세찬 바닷 바람에 쓸려나가는 사람들의 상황이 이랬을까?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바람이 심해도 멋진 장관앞에선 발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다.


비바람이 거세게 치는 바닷가 풍경은 북해의 또 다른 강인함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바닷가에 차를 대고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는 아저씨 한 분.

우리는 예쁘고 따뜻한 우리 숙소에서 이 멋진 장관을 편안히 보는게 낫겠다. 돌아가자...


양들도 하루 일과를 마감하고 퇴근중...^^

숙소로 돌아와보니 비와 안개로 창밖 바다 풍경이 잘 보이질 않는다. 일찍 접고 들어오길 잘했다.

샌드위치 도시락도 싸놓고 오랫만에 밀린 일기도 쓰다보니 취침이 늦었다.

내일은 Lysefjord의 일부를 보게 될 기대를 해보며 늦은 잠을 청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