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lovy Vary는 온천으로도 유명하지만, 크리스탈이 유명한 체코에서도 가장 유명한 브렌드 중의 하나인
크리스탈 공장 Moser의 본사로도 유명하다. 오늘은 유대인 수용소 게토가 있는 Terezin을 거쳐 Prague에
입성해야 하지만 여기서 묶었으니 간단히라도 둘러보고 가자.
그런데 아침 일찍 일어나 5,6km를 운전해서 가보니 아니 이런... 1857년에 세워진 이후 하필 지금 리모델링을
위해 휴업 중이다. 오늘 보려고 어제 시가지내에 있는 Moser 가게들 구경도 안했는뎅.
아쉽지만 외관만 보고 발길을 돌릴 수 밖에...
한참을 졸다보니 채티가 급정거를 해서 눈을 떠보니 도로 공사로 길이 막혀있다.
이전에 게시판도 안나오더니 갑자기 무슨 일이냐며, 길도 엉망이면서 통행료를 받는다며 채티가 불평을 한다.
여기까지 오는 중에도 길이 엉망이어서 너 잠도 못자겠다며 걱정해서 돌아보니 우리가 둘다 이미 쿨쿨 자고 있더라며
"나 누구랑 얘기하니?"라고 했었다고 해서 함께 웃었다.
울퉁한 도로 사정으로 반복적인 반동과 소리에 더 잠이 잘오는건지, 별다른 매력이 없는 체코 시골 거리의 지루한 풍
경 때문인지 자꾸 잠이 몰려와 운전하는 채티를 혼자두게 되어 미안하다.
하여튼 우회도로 표시도 없고 알아볼 수 없는 체코말에 그냥 차를 돌리니 다행이 네비가 또 다른 길을 안내한다.
아뿔사! 고속도로가 끝이 나고 차선도 없는 좁다란 시골 길을 들어서니 또 다른 복병이 기다린다.
짚들을 동그랗게 말아놓은 덩어리를 실은 차가 길을 막아 선 체 꾸물꾸물 굴러간다.
마주오는 차는 얼마나 황당하겠냐며 뒤에 가는 것에 감사하자고 하자 마주오는 차는 비켜서 길을 내준다.
우리도 비켜서 길을 내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는데 보니 앞에 같은 차 한 대가 더 있다.
포기하고 한 참을 따라가자니 길을 내준다.
기왕 내줄거 이제사 내주나 싶지만, 그래도 고맙다고 손을 흔들어주자.
이후로 더 훨씬 큰차들도 몇번씩 등장했다.
유대인 수용소를 보기위해 Terezin에 도착했다. 일단 박물관에서 간단한 내용을 보고, 실제 수용소는 다시 이동해야 한다.
아래 지도에서 왼편의 조금 복잡해보이는 지도 내에 박물관이 있고, 실제 수용소는 지도 오른쪽 끝 부분에 있는 사각형 별
같은 곳에 위치해있다.
오자마자 짧게 제작된 영어 video를 본 후, 바로 간이 식당으로 내려갔다.
벌써 12시니 민망해도 어쩔 수 없다. 우선 배를 채운 후, 제대로 보자.
간이식당이니 역시나 맛은 없고 보잘것 없지만 어쩔 수 없다.
원래 이 마을은 1780년에 프러시아의 침략을 막기 위해 성벽을 쌓고 1만명이 넘는 군대를 수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었다.
그런데 전쟁용으로는 실제로 전혀 사용되지 못했다. 그 이후로 그냥 마을이 되었으나 2차 세계대전중 나찌에 의해 마을 사람들은
모두 퇴거시키고, 유럽에 있는 유태인들을 수용하는 시설로 바뀌고 말았다는 것.
총 14만명이 넘는 유대인들이 이곳에 있었고, 3만명 이상이 여기서 사망,
9만명 가까이는 악명높은 아우슈비츠로 이송되는등 아픈 상처가 남아있는 곳이다.
그래도 다른 곳에서 본 유대인 수용소에 비해선 박물관에 남아있는 내용을 보니
시설도, 대우도 좋은 편이어서 문화활동도 하고 음악가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중에 작은 성에 마련된 감옥을 보니 전쟁의 참혹상, 잔인함이 엿보여서 끔찍했다.
박물관을 대략 둘러보고 다시 차를 타고 실제 수용소로 가보자.
웬지 이런 역사가 남은 곳이라 그런지 마을 전체가 썰렁한 느낌이다. 사람이 살지 않는 흉가 같은 건물들도 보인다.
주차하고 나니 커다랗게 걸린 다윗의 별이 있는 넓다랗게 펼쳐진 유대인 묘지가 보인다.
실제 여기서 사망한 사람들의 묘지인데 간간히 종전한 해인 1945년에 죽은 사람들의 묘가 보여 더욱 안타깝다.
이 분은 종전 직전인 1945년 7월 14일에 돌아가셨다...
입구에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본 것과 같은 "노동이 자유를 준다"는 표어가 걸려있다.
학교에서 현장 학습을 왔는지 자유분방한 복장과 외모의 유럽 학생들이 선생님의 지도하에 관람을 하고 있다.
그래도 진지하게 설명을 듣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다시한 번 가슴 아픔을 느낀다.
수용소 일부 모습.
혹시 독가스 살포실인가 했더니 그냥 샤워실이다...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보다 -.-
어쨌든 이곳 수용소에 도착하면 모두 옷을 벗긴후 이곳에 몰아 넣고 샤워부터 시켰단다.
독실들 모습. 내부는 한 평도 안되보이는 공간이다.
수용소 입구에서 받은 설명서를 들고 번호가 붙은 방들을 순서대로 보고 있다보니 이런 터널 아닌 터널이 나왔다.
설명서를 보니 사형장으로 이동하는 연결 통로란다. 실제 관광객들도 이 터널을 통해 사형장으로 갈 수 있다.
가슴이 저리는 우리는... 그냥 다른 곳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사형장으로 가는 도중 나온 수영장. 유대인들을 시켜 간수들을 위한 수영장을 만든 거란다.
위에서 본 터널이 이곳으로 연결된다. 저 문을 나와 죽으로 가던 사람들의 마음이 어땠을까...
1945년 3월, 세 명이 탈출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이 세 명중 한 명과 무작위로 선정한 다른 남자 2명, 여자 1명을 본보기로
사형시켰다. 사진 한 가운데 뒷편 벽 앞이 사형장소란다.
탈출 실패한 나머지 두 명은 독방들이 있는 First Yard에서 돌로 죽였다고 한다.
가슴아픈 역사를 보다보니 예상보다 자세히 관람을 한 덕에 어느새 오후 3시가 넘었다. 발목이 아프다.
서둘러 프라하의 숙소로 가자...
프라하는 원래가 서유럽과 물가가 같거나 더 비싼 곳이어서, 아파트를 약간 외곽인 8구역에 얻었다. 그래도 트램한 번 타면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곳이다. 널찍한 방 2개, 더욱 넓은 거실, 욕조달린 욕실, 인터넷, 주차 모두 해서 하루 60유로. 아무래도
트램타고 다니는게 낫겠다 싶었다.
하얀 벽면으로 깨끗한 인상을 주는 프라하 숙소.
더블 침대가 없이 작은 싱글 침대만 4개여서 어느 방이서든 떨어져 자야 겠다.
싱글싱글 웃으시며 반겨주시는 할아버지와 깔끔한 이 집이 마음에 든다.
우선 간단히 라면이라도 먹고 앉아서 휴식을 취한 후 나가기로 하자.
마음같아서 그냥 숙소에서 쉬고 싶지만 체코 숙소를 알아봐준 친구 패트릭을 만나기로 되어 있어 나가봐야 한다.
만나기위해 6시가 넘어 트램을 타고 시내로 나섰다.
집앞에 바로 트램 정류장이 있고 20분 정도면 시내로 들어갈 수 있다.
채티와 헤어져 우리끼리 저녁을 먹고 만나기로 했다가 마음이 안놓이는지 채티가 다시 같이가자고 한다.
어쨌든 우리는 저녁을 먹기위해 다시 지하철을 타고 움직이기로 했다.
지하철안에서 갑작스런 제안으로 10분이면 간다는 체코의 어떤 성을 보여주겠다는 말에 따라나섰더니 바로 프라하 성.. ㅋㅋ
내일 날씨가 좋아서 오늘 꼭 야경을 봐야 한다는 말은 동감하지만 너무 많이 걷는다.. ㅠㅠ
오늘 그러잖아도 벌써 에너지 다 썼는데 완전 죽음이다...
다시 성 Vitus 성당으로 이동. 그래도 저녁에 보니 역시 멋지긴 멋지다~
늦은 밤에 오니 성입장료는 모두 꽁짜.
성을 지키는 보초병 아저씨들... 2002년도에 왔을 때와 같은 포즈로 서계시다.. 키키
성외관과 황금소로, 프라하 야경은 역시나 화려하고 아름답다.
그나저나 이젠 황금소로도 입장료를 받는다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패트릭이 말해줘서 알게 된 사실 하나. 대통령이 거주하고, 경비병이 굳은 얼굴로 지키고 있는 정문 앞 광장에 이렇게 생긴 이 전등은
지금도 가스로 동작하는 가스등이란다. 자세히 보니 불빛이 계속 흔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
멋진 전망, 풍경들이지만 카메라 다리도 없이 나무에 가린 채로 담으려니 여간 힘들다.
아까 내가 카메라 다리를 보고 가져가자고 말했어야 했는뎅... 늘 이렇다... ㅋㅋ
식당으로 가는 길도 엄청 걷는다. 저렇게 걸어다녀서 살이 안찌나보다.
숙소에 오자마자 너무 힘들어서 라면을 먹고오길 얼마나 잘했던지.. 아님 쓰러졌겠당.
채티는 내가 평발이란 말을 패트릭에게 또 꺼낸다.
처음엔 민망했지만 그래도 꿈쩍않고 금새 간다며 발길을 옮기는 페트릭에게 두손두발 다들었다. 푸핫.
어쨌든 예쁜 현지인 식당에 들어오니 마음이 즐겁다.
추천해주는 덤플링(Dumpling)과 채티가 고른 소세지와 맥주를 들이키니 피로가 풀리는 듯 싶다.
셋이서 두 개만 시키려는 우리가 민망한지 한 개는 두 접시로 나눠 달라고 주문을 한다.
이런 외식은 한달에 한두번만을 한다는 걸 봐선 현지인에게도 비싼 식당임을 짐작하게 한다.
더치페이를 하겠다는 패트릭을 급구 말려 채티가 계산을 했다.
체코의 유명한 맥주 감브리누스(Gambrinus).
필스너 우르퀠(Pilsner Urquell).
돌아오는 길도 여전히 걷기는 했지만 이젠 포기가 됐는지 걸을만하다.ㅋㅋ
아~ 피곤해~ 그래도 길고 긴 재밌는 하루가 또 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