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놓친 유람선도 Geiranger에서 타야하고 숙소도 옮겨야 하니 일정이 빠듯하다.
몸도 저절로 6시에 깨어진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짐도 꾸리고 집도 다 정리하고 보니 정확히 목표시간 8시 30분이다.
아주머니에게 방값을 지불하고 선물도 드리자.
예상외로 한국인의 흔적이 있는 이 숙소에서는 우리의 선물이 보잘 것 없고 감흥이 없을 거 같아 망설여졌지만,
어차피 주는 기쁨에 의의를 두고 작지만 드리고 길을 떠나자.
역시나 주인 아주머니는 한국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계신듯,
한국 전통 의상을 입은거라고 하니 바로 "silk"냐고 하더란다.. 후훗~
선착장 근처에 호화 크루즈로 보이는 큰 배 한 척이 보인다.
자세히 보니 작은 배들로 육지까지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반나절이나 하루 정도 쉬었다 가나보다.
어디서 와서 어디까지 갈까 궁금해 쳐다 보니 거의 대부분의 손님들이 백발의 노인들이다.
역시 저런 크루즈는 좀 더 나이들어 하면 좋을 듯 싶다.
또래들을 만나 즐기는 재미도 있을 테니... ^^
9시 30분 티켓을 2장 끊어 유람선에 일등으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앉고 보니 가장 좋은 명당자리다.
유람의 방향과 맞추어 배 오른 쪽이니 눈앞에 가이드 설명의 그림들이 펼쳐지고,
배의 뿔뚝 튀어나온 곳에 의자 2개를 놓고 앉으니 극장의 로얄석이 따로 없다.
어쨌든 피요르 관광을 시작하니 너무나 멋진 폭포들이 줄기차게 나타난다. 어느것 하나 빼놓기 아쉽다.
가장 유명한 폭포인 Seven Sisters. 물이 좀 적어진 건지 여섯줄기로 보인다^^
무지개도 풍경에 한 몫 해주신다~
나는 어제 밤의 예행 연습에 맞춰 단단히 꽁꽁 싸메고 입고 앉았더니 또 다른 볼거리 제공자가 되었다.
아예 나를 보는 순간 "푸핫" 소리를 내며 웃는 할머니며, 따라와 "Are you cold?" 하며 볼을 만져주신다...
거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대부분의 손님이다 보니 나를 귀여워 보시는지 troll을 닮았다며 신기해하시는지...^^
하여튼 모든 폭포들이 장관이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보는 일곱 자매들.
게이랑에르를 떠나기전 나와 닮은 troll과 사진도 한 장찍고, 카페에 앉은 손님들도 나를 보고 또 웃고...
어쨌든 즐거운 반응에 나고 같이 웃음이 난다.
물은 잔잔하고 햇살도 가득한데 게이랑에르 앞에 다 오니 바람이 세차다.
그런 와중에 거의 다와서 배가 이상한 곳으로 향한다.
그러더니 두 사람이 갑자기 배에서 내리는게 아닌가.
저런 곳에 숙소가 있는걸까?
어제보다 유난히 오늘은 바람이 심한거 같다. 차에 돌아오고 보니 머리가 띵할 정도다.
하지만 풍경은 여전히 너무나 아름답다.
이제 다음 목적지인 Dalsnibba viewpoint로 떠나 보자.
어제 깜찍한 감동을 안겨주었던 조그마한 길, Knuten을 지나니 처음 들어서는 새로운 길이 펼쳐진다.
거대하게 높이 솟은 아름답고 위대한 자연이 느껴지고 우리가 얼마나 미미하고 작은지 겸허해 진다.
몇 일째 노르웨이의 자연을 경험하고 있지만 새로운 길은 여전히 새롭다.
그 어느것 하나 같지 않게 만드신 하나님의 솜씨가 놀랍고 신기하다.
저기 멀리 산 꼭대기에 구름이 걸려 눈보라가 칠 것만 같다.
우리가 저기를 지날 때, 제발 눈사태가 일어나지를 않기를 기도해본다^^
굽이 굽이 올라가다 보니 벌써 고도가 1040m.
신나서 놀다보니 12시도 안되었는데도 배가 고프다.
가는 차안에서 빵을 꺼내 먹으려니, 치즈도 발라 먹고 싶다.
기왕 멋는 거 맛나게 먹자며 절경이 좋은 곳 코너에 차를 대었다.
가까이서 보니, 멀리서 빙하의 눈으로 보았던 흰색 중의 일부는 폭포다.
저렇게 겁나게 쏟아 부으니 흰색의 눈으로 보일 수 밖에...
정상에 거의 올라온 듯, 휴게소도 보이고 네비게이션에선 큰 호수도 그려져 있다.
버스에서 사람들이 한 가득 내려 돌덩이를 얼어붙은 호수로 던져보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낸다.
우리도 잠시 내려 사진을 찍고 버스보다 먼저 떠나보자.
눈이 덮여있어서 그렇지, 보이는게 호수다. 믿거나 말거나^^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우리가 가려는 63번 국도에 통행 금지 표지로 막혀있다.
휴게소 안으로 들어가 물어보니 빙하의 눈덩이가 떨어져 길이 막혔단다.
우린 Dalsnibba을 포기하고 게이랑에르로 다시 돌아가서 Hellesylt방향 페리를 타고 돌아가야 하게 되었다.
멋지다는 Dalsnibba을 못보는 아쉬움보다 예약한 숙소로 갈 길이 멀어져 걱정이다.
어제부터 우리의 여행은 계획과 벗어나고 있다.
여행도 이런데 인생은 어련하겠나 싶다.
Hellesylt로 가는 배는 1시간 후인 2시에 출발이다.
일찍 시작한 하루가 피곤했는지 기운이 없다. 채티는 가는 일정으로 걱정이 많은지 이리저리 머리를 짜는 듯 보인다.
예약된 숙소는 예술인의 마을이라는 Balestrand인데, 이 곳을 포기하고 내일 갈 곳을 감안해 일정을 바꾸자고 한다.
다시 돌아내려가야 한다...
Hellesylt에 내려서 Stryn,Olden,Skei까지 간 후 Balestrand쪽으로 가지말고 Fjarland을 지나는 길에 캐빈을 구해보잔다.
아직 성수기보단 이른 편이니 방이 있을 거란 희망을 걸고...
최악의 경우 방을 못구하게 되면 배를 타고 예약된 숙소로 가는 시나리오를 최후의 보류로 남겨두고.
우린 포기했던 새로운 곳으로 가고 있다.
페리를 탄 우리는 하루만에 두번째 피요르 유람이다 보니 안쪽 선실에 자리를 잡았다.
페리는 유람선보다는 느려 편도에 1시간이나 걸린다고 하니 커피 한 잔씩 시켜놓고 노트북을 꺼내 놓았다.
그러고 보니 노르웨이 공식 외식이다. 후훗
지난 5일 내내 슈퍼에서 장을 봐서 휴게소에서 간단히 먹거나 숙소에서 해먹었다.
카페라떼와 카푸치노 2잔에 우리 돈 5천원이니 이 물가 비싼 나라에서 괜찮은 가격에 맛도 좋다.
우린 리필까지 해먹었으니 완전 뽕 뽑았다.. 하하...
어느새 피요르 투어의 1시간이 후딱 지나고 Hellesylt에 도착했다.
배에 내려서 바로 볼 수 있는 Hellesylt 폭포는 상상을 초월하게 멋졌다.
기대도 않고 보려니 더욱 멋지다.
폭포 중간을 건너는 다리위에서의 모습은 마을을 2갈래로 나눈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을 위로 올라와 폭포를 내려다보니 더욱 멋지다~
폭포 근처 숙소 표지판. 그저 모든게 멋져보이기만 한다.
물론 어디든 나오면 항상 그렇긴 하지만, 아무래도 노르웨이에 쇄뇌당한 듯 싶다^^
갑자기 길이 막혀 보니 푸핫! 버스 옆으로 소떼가 느릿느릿 걸어간다.
도대체 주인도 없이 어디서 키우는 녀석들이지?
녀석들 전혀 차를 무서워 하지 않고 천천히들도 움직인다.
Stryn으로 가는 길목도 구비구비 예쁜 풍경이 펼쳐진다.
몇일째 아무리 자연을 보아도 같은 그림이 하나 없고 지루할 새가 없다.
우리는 Stryn 방향으로~
이제 Stryn,Olden을 지나 Skei으로 가는 길은 굽이 굽이 지나온 길을 마주보며 돌아간다.
네비게이션으로 지도를 보니 대륙에 이테리 지도처럼 장화 모양의 땅이 파져있다.
갑자기 쏟아지는 물줄기를 보니 저기 폭포가 있나보다.
역시나 힘찬 폭포 앞에 캠핑카를 세워두고 아저씨 두 분도 사진을 찍고 계신다.
신나 있는 우리에게 손수 사진을 찍어주시겠다고 하니 감사히 찰칵!
이 번엔 길가에 한가득 양떼들이 나와있다...
방울을 단거를 봐선 주인이 있는건데, 이렇게나 방목을 하다니...
아무도 훔쳐가지 않는다는 주인의 평안함이 부럽다.
장난삼아 양 울음소리를 내보자. "음메~~~"
어라? 양들이 내 소리에 반응을 한다^^
신기한 마음에 차에서 내려 다가가니 역시나 도망을 간다.
그래도 내가 소리를 낼때마다 쳐다보고 따라서 응답을 해댄다^^
따라다녀보다가도 막상 따라 뛰어오는 양을 보곤 놀라서 소리치고...
너무나도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어쨌든 나의 새로운 재능 하나 발견~ 나 너무 똑같이 양목소리 낸다~ 헤헤
E39로 가면 Bergen으로 간다는 표지가 나온다. 우리 맞게 잘가고 있구나 안심이 된다.
Skei으로 가는 길엔 Vatedal Valley를 지나게 되는데, 환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의 세트장이 이 곳인가 싶을 정도다.
다시 또 차가 막혀 보니 이 번엔 수염도 달린 것이 염소인가보다.
녀석들 정말 겁도 없이 차도로 여유있게 걸어들어온다.
오히려 사람이 놀래 움직이지도 못하고 쩔쩔맨다...
Skei을 지나 Fjarland로 가서 숙소를 찾아보자.
6390m나 되는 Fjarland의 긴 터널을 나오자 바로 Boyabreen 관광 표지판 쪽으로 큰 버스가 들어간다.
"저기 멋진 거 있나봐"
"우선 숙소를 잡아놓고 돌아나오자. 얼마 안남았어"
Supphellebreen도 접어두고 숙소로 가자~
어라, 6km 후에 Berge 휴게소가 있다고?
캠핑장 좌표 지점이 지나가는데, 캠핑장은 안나오고 터널 톨게이트가 나온다.
돈을 내고나서 혹시나해서 방금전 이름없이 숙소 표시만 있던 곳으로 우회전 해야 할까 싶어
톨게이트 아저씨게 물어보니 거기가 맞단다.
친절한 이 아저씨 돈 돌려 주며 돌아 나가란다.
하마터면 톨비로 175크로네나 날리고 숙소도 지나치고 좋은 곳도 못볼 번 했다.
앗싸~~ 이제 제발 우리가 쉴 방만 있어다오~~~
캠핑장 앞으로 가니 거기 서야 이름이 보인다.
별 네개짜리 Boyum Camping장.
시설도 너무 좋고 깨끗한데 트론헤임
트론헤임의 캠핀장보다 3배는 좋다고 봐~~~ 앗싸~~~ 다행히 방도 있다~~~
역시 도심을 벗어나 자연 속에 있는 캠핑장이 이렇게 좋은거구나 실감한다.
캠핑장 사무실에서 체크인하고...
여기가 우리 숙소.
독립적으로 떨어져 있는 이 캐빈은 출입구 문 외에 야외 테이블로 나가는 별개의 문이 있다.
여기서 밖을 내다보니 그림같은 풍경속에 들어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거실이 하나 있고, 독립된 깨끗한 화장실 겸 샤워실, 이층침대 두개가 있는 방 하나와 별도의 다락방이 갖춰진 제법 큰 캐빈이다.
가장 작은 캐빈을 얻었지만 다락 방까지 6명이나 잘 수있겠다.
여기서 주는 린넨은 다른 곳과 달리 1회용.
소모품이라서 반납할 필요가 없어 그냥 이걸로 남은 숙소에서 이용한다면 꽤나 돈을 절약할 수 있겠다^^
(보통 린넨 대여료가 100~150크로네. 2~3만원이나 된다)
거실의 문을 여니 잔디밭위에 테이블도 있고 시원한 바람과 멋진 풍경에 몇일 더 머무르고 싶다.
미스터리의 미스테리한 소고기라면과 고추참치의 환상적인 저녁식사를 마치고 동네 한바퀴 돌아보자.
일단 숙소 바로 옆에 있는 특이하게 생긴 빙하센터를 지나치고~
거꾸로 돌아가니 Supphellebreen Glacier가 먼저 나온다. 생각보다는 많이 들어가는 것 같아 살짝 걱정된다.
갔더니 막혔거나 너무 멀거나 별루거나... 이래 저래... 하던 차에 심장이 멎을거 같이 두근 거린다.
드디어 빙하가 이런거구나 싶은걸 본 것이다.
여태 보면서 오던 빙하라는 녀석들은 그저 눈이 많이 쌓였구나 싶었는데 이건 차원이 다르다.
멀리서 보면 그져 하얗기만 하던 산꼭대기 눈더미가 가까이 다가가니 그 꼭대기 바닥의 푸른 빛을 드러내는것이다.
(사진으로 제대로 표현 못함이 아쉬울 뿐...)
어마어마한 눈더미 속 사이로 여러 갈래 폭포가 떨어지고 그 아래 강물은 빠른 줄기로 얼음까지 흘러내려간다.
역시나 물은 얼음짱처럼 차갑고 물쌀을 무척이나 빠르다.
감동에 가슴이 떨려 추위까지 느껴진다.
가까이 가고 싶지만 4가지 이유나 대며 절대 접근 금지라는 표지판에 그냥 돌아나온다^^
간판하나 제대로 없는 이런 곳에 이 멋진 풍경이 숨겨있을 줄이야...
그 다음 목적지는 버스가 들어간 Boyabreen Glacier.
근처로 다가가니 절대 지나칠 수 없는 풍경에 그 곳을 알 수 있다.
아까 본 것에 몇 배로 큰 빙하 철벽에 멀리서도 악 소리와 가슴이 떨려 온다.
너무나도 멋지다는 말을 연발하며 가까이 다가가보니 등산로도 보인다.
이 곳은 바로 밑에 큰 호수까지 끼고 있고 주차장 시설이며 카페며 유명 광관지로 손색이 없다.
비수기를 틈타 자리를 잡은 캠핑카를 부러워 하며 숙소로 돌아온다.
4GB의 메모리와 2개의 건전지를 다쓰고도 아쉬움을 떨칠 수 없는 하루의 일정이 끝났다.
여태 지내온 노르웨이 여행 중 오늘도 또 하일라이트가 된듯 싶다~
어쨌든 일정에 어긋났지만 그래도 즐거운 걸 보면 역시 여행을 하고 있긴 한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