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남은 음식을 다 먹을 수 있을 즈음에 떠나야 할 것 같은 마음까지 드니 이 곳에서 참 잘 지냈나보다.
Oslo 홍보책자를 꺼내보니 우리가 check한 장소는 거의 다 보고 떠나는 것 같다.
정말 알차게 보낸 한 주다.
오늘을 끝으로 18박 19일 간의 Norway와는 이별을 하게 된다. 또한 사실상 이번 두 달간의 여행도 끝이나 마찬가지다.
6월 29일에 France Renne에서 Ireland로 떠난다.
물론 그 전까지 렌까지 가는 길에 스웨덴과 덴마크를 거쳐, 독일, 프랑스의 몇 군데 도시를 거쳐 지날 계획이지만
사실상 스웨덴의 예테보리와 코펜하겐에서의 일정을 빼고나면 여행 일정은 거의 다 끝난 셈이다.
북동쪽으로 많이 올라온 만큼 남서쪽으로 이동해야 할 길이 멀다.
두 달을 계획하고 4월 29일 서울을 떠나올 때만 해도 Finland까지 포함해서 노르웨이 북쪽 지방에서의 백야까지 다 경험할 거라
기대했지만 막상 다녀보니 이 정도만으로도 빠듯하기까지 했다.
하긴 우리가 너무 느긋하게 돌아다니긴 했다^^
어쨌든 노르웨이는 이번 여행의 최고 하일라이트로 기대했던 나라이며, 경험해보니 또 다음을 기약하게 된다.
사실 스웨덴과 덴마크도 자세히 보자면 나름대로의 정겨움을 간직하고 가겠으나 천해자연의 축복을 받은 이 곳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리라.
그런데, 노르웨이가 우리를 떠나지 말라고 잡기라도 하듯이 비가온다^^
오슬로에 온 이래로 매일 조금씩이라도 비를 만났지만 다닐때는 비 안맞고 잘지냈음에 감사하다.
떠나기 전에 주인에게 줄 기념 인형도 열쇠 넣어두는 문 구멍에 놓아두고 집 사진도 한 번 더 찍자.
지나는 길에 봤으면 평범하게 보였을 보통의 5층짜리 건물이지만,
5일이나 지내고 떠나려니 참 따스하고 좋은 기억으로 남는 아쉬운 숙소가 되었다.
우리가 처음으로 벽난로도 피워보고 옆에 있던 장작도 다 쓰고, 쌀이랑 파스타도 덕분에 이용해 식사 잘 해먹고,
양념이랑 자상한 손길들을 경험하게 해준 주인의 배려에 감사하다.
우리도 나중에 홈스테이나 이런 게스트 하우스 같은거 하면 어떻까 싶기도 하다.
결국 쌓여있던 장작은 몽땅 때고 간다^^
노르웨이에서 스웨덴으로 가는 길에 변화하는 날씨의 횟수가 10여차례도 넘는 듯 하다... 아마 수십차례...
해가 나서 선글라스를 쓰면 어느새 굵은 빗방울이 창문을 부실 듯 떨어진다.
그러기를 샐 수 없이 반복하니, 바로 이 날씨가 Ulvik의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북유럽의 진정한 날씨인가 싶다.
이렇게 구름이 덮히고 비가 오다가도,
금새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다...
차선이 넓어져 앞에 추월하는 차들을 따라 추월하려는데 갑자기 앞의 차들이 들어온다.
처음엔 우리를 피해주나 싶었는데, 앞에 반대 차선 차들이 추월을 해서 넘어온다.
놀라서 우리도 들어오고 보니 옆차선에 사고가 나서 응급차가 주도로에 세워져있다.
다시 보니 차 한대가 완전 뒤집혀 누워있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로 차가 미끄러져 돌았지 싶다.
사고를 본 적이 없어 방심하던 터에 여간 겁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도 조심 조심 가도록 하자.
자, 이제 173km 밖에 안 남았다 -.-
Sweden으로 들어서니 공사 현장의 위험을 알리는 화살표 색이 국기 색인 노란색과 파란색으로 칠해져있다.
어제 경기장 앞에서 본 Sweden 응원단이 입었던 T-shirts색과 동일하다.
이로써 Sweden에 들어온 차이를 겨우 발견하게 되었다.
다시 또 하늘에 구름이 끼고 비가 오기 시작...
다리도 건너고,
터널도 통과하는데
강 밑을 통과하는 터널이다. 공짜~
근 20여일만에 다시 오게 된 예테보리. 중심부에 가까이 오자 고속도로에서 들어가는 길이 보통 복잡한 것이 아니다.
밤에 들어가서도 복잡한 시내 중심지의 도로 환경에 힘들어 고생했던 기억이 다시 난다.
Spar Hotel은 북유럽쪽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호텔인데 대부분 별 3개 이상이다.
우연히 특별 이벤트 할인가를 발견해 싼 가격으로 오랜만에 호텔에 묵게 되었다.
인터넷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사우나와 헬스장 시설을 사용할 수 있다.
어차피 이제 여행도 끝났다고 생각하고, 예테보리에는 돌아가는 길에 하루 푹쉬기 위해 왔으니 일찍 숙소에 짐을 풀고 박혀있기로 한다.
지하 주차장에서 올라가는 계단에 그려진 그림.
올라가보니 여기엔 또 이런 그림이... 이런 센스쟁이 같으니라고~
그런데 별 3개 호텔에 당연히 있을거라 생각한 냉장고가 없다 -.- 물어보니 냉장고가 있는 방은 아예 없단다.
대신 예약한 double bed room에 대한 인터넷 설명 페이지를 자세히 보니 샤워부쓰와 욕조가 있는것으로 나온다.
채티가 내려가 말을 해보니 그 홈페이지가 잘못되었으니, 원하면 100 크로네를 더 내고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머리에 총맞았나? 이럴때는 무조건 싸우는게 최고다^^ 결국 채티의 승리로 우리는 욕조가 있는 방으로 옮길 수 있게되었다.
오랜만에 욕조에 몸을 담그니 몸이 풀리는 듯 좋다.
누룽지와 밑반찬으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한 후, 무한정 무료 인터넷에 빠져보자.
채티는 덴마크 레고랜드 근처 숙소도 마저 정하고 나는 간만에 하는 싸이질도 재미난다.
오랜만에 보는 지인에게서는 임신 소식이 도착해있고... 나도 연락을 보내보자.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지인은 벌써 직장을 얻은지가 1년이 되어 자리를 잘 잡아가고 있는 듯한 이야기 등...
오랜만에 아이들 소식이 반갑다.
깨끗하고 푸근한 호텔의 침대가 이렇게도 좋았다니...
서울에서 가 본 별 6개짜리 호텔인 W보다야 당연히 화려하진 않지만, 그리고 그 때 느꼈던 감동과는 다르지만,
한동안 유럽에서 자동차 호텔만을 다닌 후라 별 3개의 호텔도 감동이다.
이렇게 부드러운 면 린넨의 깔끔한 부드러움... 잠이 솔솔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