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gen - Day 2

오늘도 화창한 날씨로 아침햇살이 밝게 들어온다.
어제 빨래한 그 많은 옷들도 빠짝 다 말라 있다. 착한 것들...
아주머니께서 우리가 빨래를 한 사실을 아신다면 지독한 동양인이라고 하실라나..ㅠㅠ

베르겐의 어시장(Bergen Fish Market)의 유명한 해물 샌드위치를 먹어보기 위해 아침은 간단히 배고픔만 해결하고 떠나보자.
아주머니께서 시내지도를 주시며 중국집 하나를 소개해주신다.

평일이라면 도심의 출근 길도 피해야 하고 10시나 넘어 들어가겠지만 오늘은 토요일.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도 어제와는 판이하게 길도 한가롭고 좀 여유가 있다.
역시 대도시는 평일 낯에는 피해줘야 만 한다.
어제를 다시 생각하니 잠시 돌아 다녔을 뿐인데도 아찔하다.

버스비도 비싸다고 하니 하루종일 댈 수 있는 지붕있는 주차장을 찾아보자.
마켓 옆이라 그런지 실내주차장인데도 최대 2시간 주차 가능하고 주차비도 어제 길가와 같은 가격이다.
이럴 바엔 가까운 길가에 대고 편하게라도 다니는 것이 나을 듯 싶다.

마리아 성당 옆 길가에 차를 대고 보니 오늘은 8시부터 10시까지만 주차비를 내란다.. 우하하
지금은 어느새 10시. 이 도심 한 복판 가장 좋은 곳에 차를 꽁자로 댈 수 있게 된 것이다. 
앗싸~ 신난다. 이제 맘편히 Bergen을 걸어서 돌아보자.

마리아 성당 한 장 찍어주시고~


마리아 성당앞에는 단체 여행객들이 우루루 모여 구경을 하고 있다
성당은 돌아오는 길에 보도록 하고 바닷가로 나가보자.
자그마한 항구에는 큰 배도 정박해있고 개인 보트들은 빼곡히 자리를 잡고 있다.

우선 그 멋지다는 Bryggen 으로 가보자.
UNESCO라고 쓰인 큼지막한 안내 표지가 세워져 있다.
"Welcome to the World Heritage site Bryggen"

도로 맨홀 뚜껑에도 브뤼겐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나무로 된 오래되고 길쭉한 건축물들이 알록달록 장남감 집들같이 줄줄이 서있다.

좁다란 집사이 골목으로 들어서니 바닥이 나무로 깔려 있다.

골목에 또 다른 표지 하나.
"Bryggen, inscribed on the World Heritage List in 1979"
UNESCO에 등록 된 사실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것인지 느껴진다.

골목 골목에는 소품과 순록 스웨터 등을 파는 예쁘고 아담한 작은 가게들이 자리하고 있다.
쇼핑을 좋아하는 여자들이라면 구석구석 마음을 빼앗길만한 것들로 가득하다.
저가항공사로 아일랜드에 가야 하는 우리는 짐걱정으로 쇼핑을 할 생각이 별로 없기에 모두가 그림의 떡이다.
아무튼 보기만 해도 즐거운 걸어보기 적당한 거리인거 같다.
레고랜드에서 이 거리를 재현해 놨다고 하니 이 곳을 본 후 들리면 더 좋을 것 같다.

골목에서 만난 세라믹 전시실.
가마를 얼마 전에 때고 문을 열었는지 후끈한 온기가 느껴진다.
인체를 모티브로 한 조형물들을 비롯해 소품들이 전시실 가득 자리하고 있다.
한 쪽 작업실에선 한 여류작가가 페이퍼 작업을 하고 있다.
오랜만에 보는 풍경에 왠지 모를 미동의 마음이 생긴다.

바닷가로 나와 다시 거리의 집들을 올려다 보니 집 벽면 위쪽으로 숫자들이 써있다.
1480. 1712. 1912
집이 만들어진 해가 아닐까 싶다.
헌데, 년도가 3개나 써진 집은 무슨 의미지? 3번 태어난건가? -.-

다시 돌아본 브뤼겐거리...


가장 오래되고 잘 보존된 나무 건물 중의 하나인 Hanseatic Museum의 외관도 둘러보자.
빨갛게 칠해진 나무 건물이 높고 커다란 형태로 잘 보존되어 있는 듯하다.

이곳 명소중 하나인 주위 건물과 어울리게 만든 맥도날드. 무슨 기차역 입구 같기도 하고-.-

샌드위치를 사서 열차를 탈 생각으로 어시장을 들렸지만, 상상이상의 매력으로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여러 종류의 해산물은 물론 과일, 꽃, 인형, 옷까지.. 그리고 많은 인파...

곳곳에 선원들이 연주하는 신나는 아코디언 소리와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 활기찬 베르겐의 주말이 느껴진다.

중부유럽에서는 거리에서 악기를 연주하거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사람들은 시에서 허가받은 직업인으로써
꼭 앞에 동전 주머니를 볼 수 있는데, 이 곳 노르웨이에서는 돈을 걷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
모두들 웬만하게는 잘 살 수 있기에 나올 수 있는 진정한 여유로움으로 풍류를 즐기고 있는것일까?
어쨌든 신나는 음악에 우리도 어깨가 들썩인다.

작은 새우 샌드위치와 연어 샌드위치를 각각 35, 50Kr 를 내고 샀다.
비싼 듯 하지만, 새우와 연어가 푸짐하게 들어가 거의 샐러드를 먹는 듯 맛이 좋다.
가져간 콜라와 환상적인 콤비네이션이다.
자유로운 어시장 거리 한쪽 테이블에 앉아 먹고 있자니 노르웨이에서의 첫 외식이 되겠다.
음하하하, 기념비적인 날!!!^^

플뤼엔 산으로 오르기 위해 15분에 한 대씩 있는 케이블카(Floibanen)를 타고 올라가보자.
어른 70 Kr(-.-)나 하는 표를 사면 자동화된 문을 통과해 무인 케이블카를 탈 수가 있다.
5월 1일에서 8월 31일사이에는 밤 12시까지도 운행된단다.

역시나 베르겐의 멋진 장관을 볼 수 있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사과도 한 개씩 먹고 계단에 앉아 햇볕을 쐬며 멋진 풍경에 빠져보니 시간가는 줄을 모르겠다.

나가기전 화장실을 들려보니 여기도 5Kr를 넣어야 문이 열리는 자동문이다.
앞 사람을 기다리는데 한 아줌나가 five냐고 물어보더니 돌아간다.
앗! 남자쪽 문이 그냥 열린다. 채티가 먼저 들어가라고 양보해준다.
나와보니 그 다음 아저씨가 문이 닫히기전 바로 들어가신다.
여기저기 돈을 내야하는것에 우왕좌왕 시끌하다.
잘 들어보니 돈을 안내고 열리는 문에 들어갔다며 자랑하는 소리가 들린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잘살고 못살고 비록 5Kr라도 화장실 돈내는건 아까운가보다.
나한테야 물론 큰 돈이지만...우리 돈 1000원 정도이니까...

내려가는 열차를 타는데 전동 휠체어를 타신 장애인 한 분이 들어오신다.
덜컹 열차 문에 걸려 놀래서 보니 뒷바퀴가 걸렸다.
나가시던 한 여자분이 돌아와 도우려 하지만 휠체어를 올려야 할 듯하다.
착하게도 채티가 내려가서 도움을 드렸다.
여자분이 바로 들어오시길래 일행인가 했더니 다른 장애인과 함께온 동행이었다.
역시 장애인을 곁에서 지켜보는 분이라 바로 행동이 나오나보다.

나는 경험도 없고 자주 보지도 못한 상황이어서 놀래 소리만 질렀는데 반해서 사뭇 다른 행동이었다.
열차가 지상으로 도착하자 직원이 나와서 내리시는 장애인을 도와준다.
선진국의 모습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장애인이 동행 없이 혼자서도 여행할 수 있는 나라...
이 곳이 선진국이다.

12시가 지나가니, 거리거리 사람들이 몰려든다.
우리가 일찍 서둘러 나온 편인가 보다.
그나마 오전에 조금은 한적한 거리를 만나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베르겐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면서 현재도 사용되고 있는 마리아 성당(St. Mary's Church, Mariakirken)은
850년이상 전에 지어졌다고 한다.
1408년에서 1766년 사이에는 Hanseatic Merchants를 위한 교회로 예배드려졌지만, 현재는 입장료를 받고 있다.
교회의 자랑은 강대상이며 노르웨이에서 바로크 장식 예술의 가장 풍부한 본보기로 여겨진다.
오늘은 결혼식이 있는지 멋지게 차려입은 사람들로 교회 주변이 북적인다.
우리도 들어가서 내부를 보고 싶지만 너무나도 많은 시선을 뚫고 들어갈 용기가 나지를 않는다.ㅠㅠ

근처 이발소. 머리깎을 엄두가 안나는 가격. 역시 이런건 한국이 싼 듯 싶다.


선상에서 연주회가 열렸다. 미어터지는 인파. 연주 CD를 100Kr에 팔고는 있지만 사는 사람은 별로 없고.
그래도 다들 신나게 연주를 듣는다~

동네 오케스트라단인 듯 대부분 연주자가 지긋이 연세드신 분들이다.
실력과는 상관없이 축제 분위기 메이커로는 부족함이 없다^^

인터넷에서 소개를 보고 꼭 들려야 하는 곳인줄 알고 간 Gallery Bryggen. 그냥 기념품 가게와 별반 차이 없음에 실망이다.

보고 나와 보니 멋진 바이크 한 대가 들어와 주차한다. 주차표도 발급 받아 옆에 사람 타는 곳에 넣어둔다. 정말 멋지다...

아주머니가 추천하신 전망 좋은 길가에 잠시 차를 세우고 바다를 바라보자.
위에서 보는 전경과는 다르게 가까이에서 보이는 해안선이 아름답다.

오래된 Fantoft에 있는 스타브 교회는 원래 1150년에 Sogn의 Fortun에 지어졌다가 1883년에 Fantoft로 옮겨진다.
그러나 1992년 Fantoft Stave Church는 큰 불에 전소되고, 지금의 것은 예전과 꼭 같게 재 건축 되었다.
차를 대고 보니 산 중턱의 교회를 보기위해 약간의 산을 올라가야 한다.

물론 얼마 되지않는 높이지만 그간 운동부족으로 숨이 차다.ㅠㅠ
멀리서 보이는 나무로 지어진 교회의 외관이 노르웨이 다른 유명 목조 교회와 비슷하다.
우리가 본 중에는 Vik에 있는 Hopperstad Stave-kyrkje와 거의 흡사해 보인다.
입구에는 2명의 남자가 30크로네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결국 우린 외관만 살짝쿵 보기로 결정~

이렇게 돌아다니다보니 또 피곤해진다. 아 이놈의 저질체력...ㅠㅠ
숙소로 돌아와서는, 어제 못찍은 우리 숙소 한 방 찍어주시고... 제일 위 오른편 지붕에 경사진 창 있는 곳이 우리 숙소다.

와우... 저녁 12시 30분이 되어도 깜깜하지가 않다.
아래층에선 아직까지 음악소리가 들리고 노르웨이에서도 시에틀에서처럼 잠못드는 밤 영화가 나와야 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