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30. 23:30

서울에서 즐기는 개나리, 응봉산

서울의 야경 포인트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성동구 응봉산. 봄에는 샛노란 개나리로 가득 덮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야경보다 개나리를 즐기고 싶어, 해가 떨어지기전 응봉산을 찾았다.
강남역에서 145번 버스를 타고 응봉동까지.
걷기에 그리 나쁘지 않은 대로변을 따라 10여분 걸었을까. 응봉산 암벽등반장이 나타났다.
사진찍을 때는 몰랐는데 이제 보니 무슨 사람 얼굴 같이 생긴 것 같다.
등반하는 사람은 없고, 한 분이 정비를 하고 계신다.

등반장 왼쪽에 난 계단을 따라 산을 올라가본다.
사실 산이라고 하긴, 그냥 동네 뒷동산 같은 분위기. 높이도 80여미터 밖에 안되니 그럴만도 하다.
밑에서 볼때도 개나리로만 덮인 것 같아 보이더니 올라와보니 정말 그렇다.
팔각정으로 가는 길이 그야말로 샛노랗다. 얼마전 본 산수유와는 또 다른 맛이다.

팔각정 올라가는 길이 참 예쁘다.
세계대회 우승하고 귀국하는 선수단 환영인파가 길에 늘어선 것 처럼 개나리들이 우릴 반겨준다.

올라가는 중간중간 한강을 내려다보면 정말 그림이다.
다른 나라의 유명한 강들과 비교하면 바다에 가까울 정도로 큰 한강.
게다가 좌우변으로는 아파트들이 가득차서 더욱 아기자기한 모습이라곤 없는 삭막한 곳이지만 야경하나만큼은 뒤지지 않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렇게 바로 옆에 산도 있어서 꽃과 함께 강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야경에 개나리까지 함께 담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

산에서 동부간선도로변 중랑천 방향을 바라보니 우와... 정말 완벽한 개나리 군락이다. 어떻게 저렇게 개나리로만 덮여 있을 수 있을까.

반복되는 사진 같아 보이지만, 찍을 때는 너무나 즐거웠다.
샛노란 개나리와 뿌옇게 흐린 서울하늘이 참 대조적이다.

강북강변로를 따라 서쪽으로 이동하는 길은 차로 가득하다.
나도 예전에는 저 길을 참 많이 이용했는데, 그 때도 길이 너무 막혀서 이 산에 핀 개나리를 즐길 여유가 없었다.

정상 팔각정 있는 곳에서 서울숲쪽으로 내려가는 곳에는 좌우로 몇그루 벚꽃나무도 있다.

벚꽃이 완전 만개했다.
그동안 벚꽃을 많이 봤지만, 나무에 눈이 덮여 있는 느낌이 드는 건 정말 이번이 처음이다.

꽃잎 안 술들까지 완벽히 피었다. 아구 이뻐라...

차도 안가져와서 굳이 올라온 길로 내려갈 필요가 없기에 서울숲쪽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이쪽 길은 완전 개나리 터널이다.

내려오던 길을 다시 올려보니 이 동네 사는 분들이 부러울 지경이다.

시간은 여섯시를 향해가고 있지만,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상춘객들이 제법 있다.
연인이 손잡고 산책하기에 최고이지 않을까 싶다.

서울숲으로 내려가는 길이 갈리는 지점에 서서 응봉산을 바라보니 얼마전에 갔던 남해 금산이 생각난다.
만일 이성계가 금산을 비단으로 둘렀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서울숲으로 가는 길은 아쉽게도 막판에 용비교와 연결된다.
지금껏 신나게 좋은 공기를 마시며 구경하다가 갑자기 삭막한 차들과 매연을 마시며 걸어야 한다.
어느덧 해가 지고 있다...

이 용비교 끝부분엔 사진가 분들이 많이 모여 계셨다.
그쪽에서 응봉산을 찍으면 산과 개나리, 그리고 중앙선을 다니는 지하철을 함께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에게 즐거운 산책길을 잠시 빌려준 응봉산.
서울 우리 가까이에 이런 곳이 있다는 건 큰 행복이다.

몰랐는데 오늘 뉴스를 보니 우리와 비슷한 시점에 여기서 사진찍은 분 가운데 한 분이 사진기자이셨나보다.
응봉산의 봄을 주제로 기사가 떳다.
저 분들 가운데 한 분이셨나보다^^

외국의 유명 도시들처럼 녹지율이 3,40%는 못되어도 역시 서울은 우리만의 멋이 있는 것 같다.
이처럼 강과 산이 어우러진 곳이 얼마나 될까.
우리는 정말 좋은 곳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